머리를 탁 칠 정도로 새로운
것들을 알아가는 요즘이다. 몰랐던 사실을 알게되는 경험은 참으로 귀중한 일이다. 물론 아직 아는 것이 별로 없기에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는 일이 더 많지만, 언제나 즐겁고 신선한 영감을 준다. 얼마전 영국 마켓은 이미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영국 진출을 목표로 했던 나에게 충격적인 뉴스였다. 홍콩도 맛이 갔다고 한다. 내 두 번째 소망이었다. 내가 이토록 트렌드에 무지한 사람이라는 사실에 부끄러움도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운 방향을 볼 수 있음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가 키우던 고양이를 만질 수 있었다. 중학생 시절 고양이를 잠깐 키웠던 적이 있었지만 너무 오래되어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 느낌을 잊어버렸기에 나에겐 처음이나 마찬가지인 경험이다. 너무 부드러웠다. 내가 키우던 고양이는 털이 조금 더 길었던 것 같은데, 이 정도로 부드러웠었나 싶다. 목덜미를 잡을때 느껴지는 가죽과 살의 그립감도 완벽하다. 아이들이 슬라임을 만지거나 피젯스피너를 돌리면서 안정감을 느끼는 것과 같은 원리인가? 나도 마음이 편안해졌다. 내 손을 핥는 고양이의 혀는 까끌까끌했고, 털에서는 향기가 났다. 무엇보다도 스킨십을 하며 다른 무언가와 교감한다는 느낌이 참 오랜만이었다. 주짓수를 할 때의 부딪힘이 아닌.
새로운 것들에 대한 환영은 잊혀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과 공존한다. 곽의 집에 들어서면 오묘하게 풍기는 각진 향기를 정말 좋아했는데, 향기는 잊혀지고 지금은 그 느낌만 남아있다. 3개월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말이다. 굳이 메모장을 열지 않아도 기억하던 3으로 시작하던 도어락 비밀번호도 이제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물론, 다시 확인할 수 있지만 잊어버렸다는 사실이 조금은 아쉽다는 것이다.
하지만 잊혀짐이 사라짐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런던에 여행을 갔을 때 내가 살던 동네에 찾아가 볼 기회가 있었다. 위치만 기억할 뿐 분위기는 정말 잊고 살았었던 곳이다. 신기하게도 모든 것이 그대로였다. 조금 더 청결해진 거리는 보너스였지만 가끔씩 플랫 화이트를 마시러 가던 카페도 (직원은 당연히 바꼈을 것이고), 기분 좋게 칙칙한 집 앞 공원도 모두 그대로였다. 잊혀진 기억들도 확실하게 그 존재를 알 순 없지만, 내 무의식 어딘가에서 아무런 변화없이 그대로 자리하고 있지 않을까? 안도의 한숨이 쉬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