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슬슬 기온이 내려가면서
활동하기가 더욱 쾌적하고 편해졌다. 생각보다 쌀쌀한 느낌이라 한겨울이 조금은 걱정이 되기도 한다. 유럽 모든 나라의 날씨가 비슷하다고 말할 순 없겠지만 내가 경험했던 유럽의 겨울은 따뜻했었는데, 프랑스는 많이 추우려나? 아니, 12월 초 리옹 근처의 산골짜기에서의 스키여행도 그렇게 추웠던 경험은 아니었다. 라디에이터는 언제부터 작동이 되는걸까.
시간은 상대적이라고들 한다. 참 맞는말인게, 내가 프랑스에 입국한 후로 벌써 한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바쁜 삶과 늘어짐의 반복인 매 주,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는 내 관심 밖의 일이었다. 어느새부턴가 나에게 시간은 빠르게 흐르는 것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는데, 내가 나름 분주하게 설치며 살아왔기 때문일까? 나이가 들면 자연스레 드는 생각일까? 잘 모르겠다. 물론, 군대에서의 시간은 전혀 빠르지 않았다. 그리고 시간에 대해 생각할 때면 늘 좋지않은 감정이 함께한다. 너무 빠르게 흘러갔던 과거에 대해서는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과 후회가 있고, 너무 느리게 찾아오는 미래에 대해서는 불편한 기다림과 한숨이 있다.
곽과 만난지도 어느덧 199일이 지나간다. 재미있는 사실은 199일이라는 시간에 대해 아무런 감정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벌써?" 라던가 "아직?"과 같은 부사가 동반되지 않는다는 것인데, 따라서 부정적인 감정 또한 생기지 않는 것이니 참으로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연애라는 건 특정한 목표를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 가꿔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아쉬움과 지루함이 없나보다.
잠시 생각해보니 그동안 조용하고 무난했던 것도 아니다. 피곤하다는 이유로 서운하게 했던 적도 있었고, 다른 이유로 우리 사이가 시끄러웠던 적도 많았다. 막상 또 지금은 편안하고 화면에 비친 얼굴을 보면 기분이 좋은 이유는 뭘까. 하루하루 가꿔나가고 있으니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곽이 얼마나 참고 배려하는지 내가 감히 알 수 없지만 늘 고마운 마음이라는 사실을 알아주었음 좋겠다.. |